올해 목표 중 하나는 '매일 글쓰기'였다. 정말 '매일' 쓰려고 했던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목표를 잡아야 한 달에 한 편이라도 쓸 것 같았다.

 

그 결과, 10월 1일 오늘까지 단 한 편의 글도 쓰지 않았다.

 

기나긴 취업 과정 중 가장 힘든 부분은 자소서 쓰기였다. '막연히 하기 싫음'을 넘어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는다. 제출 마감 일주일 전부터 각 문항별 소재를 떠올리고, 질문에서 기업이 원하는 이야기를 빼놓지 않고 담고자 이리저리 배치해본다. 와중에 정작 글을 쓰지는 않는다. 더 좋은 소재가 나올 수도 있으니까. 자소서 생각에 눈 앞의 일에 집중하지 못하면서도, 이를 핑계 삼아 눈 앞의 일도 하지 않는다. 결국은 마감 전날이 된다. 노트북 앞에 앉아 유튜브를 보기 시작한다. 시작하기 위한 추진력이 필요하니까. 유튜브를 보고 나면 괜히 인스타도 한 번 보고, 핀터레스트도 들어갔다가, 그러고 보니 방이 더러운 것 같아 청소도 한 번 말끔히 한다. 글을 쓰려면 마음이 정갈해야 하니까. 앞으로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하려면 미리 당을 뇌에 채워놓아야 한다. 편의점에서 아이스크림과 과자를 사온다. 과자를 먹으면 손이 더러워지니까 키보드를 칠 수 없다. 먹는 동안만 잠깐 유튜브를 봐야겠다. 자, 이제 모든 준비가 끝났는데 왜 아직도 문장도 쓰지 못할까? 아 역시 난 집에서 집중을 못하는구나. 카페로 향해서 부랴부랴 글을 쓰기 시작한다. 결국 마감 시간을 1분 지났고 이번 채용에도 지원하지 못했다.

 

어떤 글을 쓰고 싶은지, 어떤 흐름인지는 머릿속에 있지만 막상 쓰려고 펼쳐놓으면 연결이 안 된다. 머릿속에서는 화려한 조명이 나를 감싸고 모두를 주목시키는 춤신춤왕이지만 실제로 춤을 추면 팔딱거리는 왕꿈틀이처럼. 머릿속에서는 대충 이렇게 쓰면 되겠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쓰려고 보면 초코파이똥 같은 생각이었던 것이다. 그렇다. 생각했던 것을 구체화하는 것이 너무나 고통스러워 외면했던 것이 글을 쓰지 못했던 이유이다. 

 

'일단 앉아서 쓰고, 일단 시작해보라'고 하는데, 쳇, 누가 그걸 몰라서 안 하나.

 

그래도... 할 수 있는 것이 그것밖에 없다. 누가 첫 술에 배부르겠어! 이렇게 매일 끄적이다 보면 한 편이 완성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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